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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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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해당되는 글 1

  1. 2013.04.16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저)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곤 했었던 "난쏘공!"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독후감  포스팅 들어가겠습니다.

옛날 생각하며 읽으니 재미가 쏠쏠 했었습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과 공장 노동자들이다. 그들을 대변하는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의 무허가 주택에 살고 있던 사십대 후반의 난쟁이와 그 부인, 영수, 영호, 영희 세 남매로 구성된 일가에게 철거라는 위기가 닥친다. 만일 위 기일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대집행법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강제 철거하고 그 비용은 귀하로부터 징수하겠다고 한다. 결국 그들은 이 철거 계고장을 받고 그 동안 살던 집의 건축비도 안 되는 헐값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을 넘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철거 시한이 지났다며 불쑥 쳐들어온 철거반원들은 쇠망치를 들고 멋대로 담을 부스기 시작했다. 이미 헐린 이웃집의 문설주를 쪼개 불을 때워 식사를 하고 있던 난쟁이 일가는 자신들의 집이 허물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눈물과 함께 밥을 삼쳐야 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지섭은 철거반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 지금 선생님이 무슨일을 지휘했는지 아십니까? 편의상 오백 년이라고 하겠습니다. 천년도 더 될 수 있지만 방금 선생은 오백 년이 걸려 지은 집을 헐어 버렸습니다. 오년이 아니라 오백 년입니다." 그렇다. 그 집은 오백 년에 걸쳐 지어진 집이었다. 


 영수가 인쇄한 옛날 노비 문서에서 보듯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은 수대에 걸친 것이었으며, 그 갈등의 대상은 변함이 없었다. 그 집은 난쟁이 일가에게는 수대에 걸친 핍박을 헤치고 겨우 마련한 삶의 보금자리였던 것이다. 초라하다 할지라도 행복을 누렸던 자신들의 집이 헐리는 것을 보고 난쟁이 일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비록 그 집은 무허가였지만, 난쟁이 일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를 지닌 집이 현대 사회에서는 단지 '무허가'라는 이유로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가치 대신 인위적으로 매긴 가치가 먼저 고려되는 현대 사회는 영호, 영수가 일하는 공장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은 공장에서 자신들의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부당한 대우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항의하다 실직하게 된다. 그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단지 기계 또는 생산도구로만 취급 받는다. 인간들을 위해 물건들이 존재해야 함에도 거꾸로 물건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는 가치 역전 현상이 근대 산업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못 가진 자들은 이처럼 핍박 받으면서도 사랑과 꿈을 잃지 않았다. 


 어머니는 난쟁이 아버지를 위해 약을 사오고 그것을 말없이 입에 넣는 아버지를 통해 아버지로부터 노를 받아들어 조심스럽게 젓는 맏아들을 통해 소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수와 영애의 수줍은 사랑 또한 부동산 투기꾼과 영희가 맺는 육체적인 사랑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최저 생계비마저 가지지 못한 그들도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데 나는 왜 이웃을 보듬어 줄 손길하나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책장에서 잠시 손을 떼었다. 난쟁이의 꿈은 달나라로 가는 것이다. 그는 마음이 몹시 괴로울 때면 방죽가 공장의 높은 굴뚝 위에 섰다. 한 걸음 앞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그는 피뢰침을 잡고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쇠공을 쏘아올렸다. 달나라로 쏘아 올리는 쇠공에는 그곳에서 살고픈 열망, 못가진 자라 할지라도 인간답게 살고픈 그의 아름다운 욕망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까만 쇠공을 타고 달나라로 날아갔다. 벽돌 공장 굴뚝 속으로 떨어져 죽은 것이다. 쏘아올린 공이 언젠가는 지표면 위로 다시 떨어지듯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꿈만은 달나라보다 더 먼 곳으로 훨훨 날아갔음을 믿는다. "계엄령과 긴급조치의 시대였던 70년대는 작가에겐 쓸 말을 빼았겼던 시대"였습니다. 그런 암울하고 숨 막혔던 시대에 연작소설을 썼던 것은 벼랑 끝에 내몰려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우리네 삶에 '경고팻말 이라도 세워놓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습니다.'라는 작가 조세희의 회고담 그대로 이 작품은 나의 가슴에 경고 팻말을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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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veoc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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