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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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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방학숙제'에 해당되는 글 19

  1. 2013.10.25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저


공군 독후감 대회 수상작입니다^^  제 글이 아닌 것을 밝힙니다~

변신


 우리는 타인을 만나고 서로 교제하면서,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그를 각자 나름의 잣대로 평가하게 된다. 얼굴은 잘 생겼는지, 키는 큰지, 부자인지와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서 성격이 어떤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와 같은 내면적인 부분까지 우리는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이를 가늠한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즉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외적인 면을 넘어서서 쉽사리 알 수 없는 타인의 내적인 면까지 관찰하고 그것을 판단하려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나와 비슷한가 알아보기 위하여, 또는 얼마나 다른가를 알기 위하여 등등. 이러한 여러 이유 중에서 현대사회에 들어서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그 사람이 얼마나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 나에게 어떠한 유익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 즉 잔인하게 말하면 타인이 나에게 어느 정도로 유용한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체코 출신의 천재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이라는 소설을 통해, '자신에 대한 유용성'이라는 타인에 대한 평가 방식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가를 보여준다. 카프카는 무서운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소설의 처음을 기발하면서도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기가 징그러운 해충으로 변한 채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그레고르는 직물회사의 외판원으로 일을 지겨워하면서도 성실히 일하며 5년 전 파산하여 빚을 지게 된 아버지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청년이다. 이렇듯 한 가정에서 경제적인 중추로서의 '유용성'을 지니고 있던, 이로 인해 가족들의 사랑과 고마움을 받던 그레고르는 순식간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그저 먹을 것만을 축내는 말 그대로 '벌레'로 변해 버렸다. 이 갑작스러운 변신으로 인하여 그레고르는 가족의 '부양자'에서 가족의 '기생자'로 전락한다. 이후 그레고르에 대한 가족들의 태도는 점차 변하게 된다. 그레고르가 그간 당연하게 누렸던 가족들과의 소통, 즉 식사를 같이 한다거나, 가족들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여동생의 바이올린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것들이 모조리 끊어지고 자신의 방에 갇혀 단절을 강요받는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고 난 후, 가족들은 처음 얼마간은 가족애를 발위하며 '해충 그레고르'를 돌봐주고 참아내며 다시 '사람 그레고르'로 변하길 기대해 보기도 한다. 이는 가족들이 진정으로 그레고르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다시 그레고르가 이전에 그랬듯이 본연의 '어떠어떠함'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 아래 그레고르의 흉측함을 견뎌내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레고르는 벌레인 상태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가족들은 더 이상 쓸모없어진 그를 위해 가족애를 더 이상 발휘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레고르의 아버지는 거실로 나와 소통을 시도하는 그레고르엑 사과를 던지고, 이 사과는 그레고르의 등에 박힌 채 썩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곧 그의 아픔과 상처에 신경 쓰지 않는다. 유용성을 잃어 소외된 자에게 모두들 관심을 가지지 않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그레고르에 대한 냉대와 멸시는 소설의 종반부로 갈수록 극대화되어 결국 그레고르가 가장 아끼고, 또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후에 그나마 가족들 중에서 그레고르를 챙겨주던 여동생마저 "어서 저걸 치워야 한다"라고 가족들에게 말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듯 가족들의 차가운 태도 속에서 그레고르는 자신의 쓸모없어짐을 통감하고, 새벽 3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공허히 숨을 거둔다. 가족들은 방 한칸을 차지하던 "쓸모없는 물건" 이 없어진 것을 기념이라도 하는 듯 야유회를 나가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그레고르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벌레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를 깊이 살펴보면,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그레고르의 '어떠어떠함' 즉 유용성이 순식간에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 즉 돈을 벌지 모하는 존재이며, 가족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조냊가 된 것이다. 유용성, 특히 물질적인 부분으로서의 유용성을 잃어버린 자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들로부터 어떻게 소외되고 단절되며 멸시당하는가를 보여줌으로서 카프카는 그 당시의, 그리고 현대사회의 물질적인 가치가 최우선시되어 사랑을 잠식하고 침몰시키는 무서운 진실을 고발하고 있다. 


 위의 소설은 어느 한 가정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를 사회 전체로 확장하여 적용해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야말로 사랑이 물질에게 밀려나있는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동체, 예를 들어 학교, 직장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유의 인격체로서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존중받기 보다는 '못 생겼다, 이상하다, 가난하다, 일을 못한다, 어리버리하다' 드오가 같은 피상적, 물질적인 이유로 무시 받고 소외된 채 고통받고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계산하며 이해타산적인 관계를 맺고, 이러한 '인맥'을 자신의 성공에 이용하려 한다. 이를 반증하듯 서점에는 계산적인 인간관계와 물질적인 성공을 위한 처세 관련 서적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언론매체는 부(富)를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환상적인 도깨비 방망이쯤으로 포장하고, 예쁜 외모를 선한 것으로 찬양하며(착한 몸매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연일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이를 행복과 연계시켜 '부자가 되면 행복할 것', '예쁘면 행복할 것'이라는 관념을 사람들의 머리에 심어놓는다. 이러한 사회에 속한 현대인에게 있어 '물질적인 유용성'이 가지는 위상은 더욱 증대되고, 이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차츰 물질적인 부분을 넘어서까지도 '물질적인 유용성'이란 잣대를 들고 평가하려한다. 그 결과, 카프카가 자신의 소설에서 고발했던 것처럼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바당야 할 '인간'마저도 '유용성'이란 잣대로 평가되는, 비인간적인 사회로 현대사회는 잘못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카프카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년전인 1912년에 그의 걸작 <변신>을 집필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급격한 발전이 사람들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사유 끝에 탄식하며 펜을 들어 이 소설을 집필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이 카프카가 살던 시대를 넘어 100년 후인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카프카가 염려했을 '물질적인 유용성이 마치 신앙화되어가는' 사회가 지금 우리 눈앞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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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veoc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