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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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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공지영'에 해당되는 글 1

  1. 2013.04.16 도가니 (공지영 저)

영화로 유명해진 <도가니> 독후감을 포스팅 하겠습니다.

 

도 가 니

 

 

 흔히 '농아'라고 불리는 장애우들은 '보편화' 라는 단어 속에서 그동안 소외 되어진 사람들이었으며 '일반인' 들의 상식이라는 것에 의해 교육되어졌기 때문에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지금껏 살아왔다. 그들만의 상식이 통하는 그 곳, 끓어올라도 겨우 그 곳과 그들에게만 허락된 공간. 나에게 있어서 공지영 작가의 첫 소설 <도가니>이다.

 

 '도가니'는 흥분의 상태를 나타내기도 하며 용광로보다 작은 규모로 쇠를 녹이는 그릇을 지칭할 때도 쓰인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가면서 무진시는 잠시동안 뜨거웠던 도가니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피고는 피고대로, 원고는 원고대로 서로 득과 실이 없이 그저 뜨겁기만 했다. 무의미한 싸움이 되어 버렸지만 분명 가장 큰 피해자는 강인호도, 서유진도 아닌 자애학원생들이다. 모두 제자리에 돌아간 시점에서 아이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기껏 돈 몇 푼, 그것도 자신이 아닌 부모님이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그것으로 그 아이들의 치유가 가능하단 말인가? 무진시에서는 그것이 상식상 최선의 결론이라 해도 독자라면 누구 하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음을 누구에게 보상받는단 말인가? 그 아이들이 피해자라고 가정한다면 가해자를 누구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 법전 따위나 따지는 대한민국이란 땅에서 물음표를 갖는 것이 곧 현실이다.

 

 공지영은 '상식'이란 단어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인 상식이 무진시에서만 유독 일반적이건 그렇지 않건 '그들만의 것'으로 정의 되어져 있다. 학연, 지연과 돈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 무진시이고 그들만의 소통에 의해 진실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임용은 돈으로 사고 파는 '입사'로 바뀐지 오래였고 자살사고가 단순 사고사로 변하기도 하였으며 실형감인 죄를 저지른 사람도 집행유예가 되는 곳이 그들만의 무진시이다. 무진시의 두 형제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것처럼 실제 <도가니>의 모티브가 된 광주 인화학원의 핵심 인물들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곧 <도가니>는 소설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확실히 소설은 아니었다. 마치 하나의 다큐멘터리와 같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광주 인화학원의 이야기를 찾아보게 되었다. 약자에 대한 시스템의 부재, 그것을 악용하는 일부 인간들의 정신상태, 온갖것들로 얽혀있는 관계와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될 진실의 더딘 발걸음. 누구나 분노 할 수 있는 사실 속에서 웃을 수 있는 단 몇의 인간들 덕분에 악순환은 계속 된다. 인정할 수 없는, 그런 더러운 일들이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해결방법이나 그들에게 취해지는 제재가 뾰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도가니>는 나를 이 사회에 대한 자괴감으로 몰아갔다. 더욱 아쉬운 것은 서유진 혼자서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면서 누구하나 끝까지 도움을 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이다. '총대 매는'자에 대한 초기만의 호응과 관심은 그것으로 끝인가? 그 이후 있을 결과에 대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누구를 마녀사냥 할 일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답은 나와 있다는 사실 또한 별로 낯설지 않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가니와 무진시는 안개로 뒤덮인 이 세계의 축소판이다. 기간제교사로 장애인을 돌보는 자애학원에 첫발을 디딘 주인공이 이 안개의 도시에서 발견한 것은 이중삼중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학교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상호 보험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인간의 악마성과 사회의 불의가 얼마나 높은 성벽을 구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누구나 말할 수는 있는 일이다. 거짓과 싸워야 한다고, 진실은 영원히 은폐할 수 없다고,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또 누구든지 폭력과 위선 앞에 분노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온힘을 다해 무서운 폭력과 거짓이 세워놓은 안개 속으로 뛰어들어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양심의 법정을 믿는 사람들 편에 서지만 결국엔 영웅이 되기를 어려워하고 대신 상처받은 소시민의 자리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불의와 맞서 싸우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과연 정의가 무엇인가? 나 자신은 정의를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을까? 내가 과연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정의를 외칠 수 있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연약한 소시민의 태도를 보일 것인가? 이 소설을 읽으며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되묻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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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veoc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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