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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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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요약'에 해당되는 글 1

  1. 2013.04.23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저)

일본 작가 온다 리쿠의 책 '밤의 피크닉'을 읽고 독후감 포스팅 올리겠습니다. 정말 읽은지 오래 된 책이네요...


밤의 피크닉


 여기서 피크닉은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밝고 화창한 날 떠나는 여행 그런 개념의 단어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밤'이라는 어두운 단어와 결합해 놓자 묘한 끌림을 자아내는 문장으로써 제목이 되었다. 일본의 여류 작가인 온다리쿠는 미스테리하면서도 서정적 이야기들을 진솔한 말투 그리고 독자가 한 번쯤 표현해 보고자 하는 알 듯 모를 듯한 간질간질한 감정들을 속 시원하게 글에 드러내주는 매력적인 필체를 지닌 작가이다. 이 책은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하여 그 당시 한 번 읽고 군에 입대한 뒤 다시금 생각이나 이병시절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밤의 피크닉이라는 제목답게 소설의 배경은 밤이 주를 이룬다. 소설의 전개 시점은 두 개의 시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자 주인공인 도오루의 시선과 여자 주인공인 다카코의 시선이 그것이다. 이런 전개 방식을 통해 두 주인공의 갈등의 원인과 사고방식의 차이를 드러내며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두 주인공은 '북고'라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학생들이다. 이 고등학교는 특이하게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대 행사를 벌이는데 이것이 소설의 중추가 되는 보행제라는 행사이다. 장정 80km를 걷는 행사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과의 대면 혹은 타인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간다. 소설 초반부터 밝혀지지만 도오루와 다카코는 배다른 이종사촌이다. 외모적으로는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묘하게 풍기는 비슷한 분위기는 이종 사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주위 친구들에게 사귀는 커플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사기도 하고 이로인해 서로 사이가 멀어져 말 한 번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두 주인공은 서로가 서로를 싫어한다고 믿고 싶어하고 또한 그렇게 믿었다. 배다른 사촌이라는 사실이 서로에게 담벽이 되어 상대방을 무의식 중에 상처주고 계속적으로 멀어지게 노력하였던 것이다. 진중하면서도 남자다운 면모를 지닌 도오루의 단짝인 도다 시노부와 다재다능하면서도 밝은 성격의 다카코 옆의 친구인 유사 미와코는 이런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소설의 중,후반부부터 주인공들에게 묵직한 대사를 날린다. 특히 보행제 중에 1박을 쉬어가는 장소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유사 미와코가 툭 던진 "너희 둘은 형제잖아"라는 말투는 주인공에게도 소설에 빠져 감정이입하고 있던 나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터부시 되던 발언을 당연하게 들어버렸을 때의 감정이란 무엇인지 알게 해준 대사였는데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던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와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처럼 두 주인공은 기나긴 보행제를 통해서 또한 주위 친구들의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어른스러운 도움을 통해 소설 중후반부터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오해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소설의 내용 자체는 대단하지 않다. 단지 보행제라는 한 학교의 행사에 자신들의 사정을 지닌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그 주위 친구들의 당시에 화제가 될 만한 주제들을 토대로 이야기해 나가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온다 리쿠라는 작가의 역량을 옅볼 수 있다. 흔치는 않지만 주위의 있을만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독자들은 엄청난 공감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인양 빠져들어 다음의 전개를 궁금해 한다.


 책을 통해 경험의 양과 질을 확장한다는 것은 단지 지적인 측면에 국한되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측면도 포함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다보면 당연하게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내 주위 친구들을 책 속의 캐릭터에 대입해보았고 그 당시가 지독히도 그리워졌었다.


 당시에는 학업적 스트레스와 학우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힘든 기억이었지만 학창 시절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워진다. 다시는 그 시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내는 기억들이 있다. 작가가 다른 책에서 말하듯이 그 시절, 그 나이에만 들리는 잡음들이 있다. 그 잡음들이 그 당시에는 정말 듣기 싫을지라도 들어두라고 작가는 권고한다. 그러한 잡음은 그때가 아니면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고통스럽고 힘든 성장의 과도기에 우리는 많은 것들을 경험한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겪지 않고도 우리는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나긴 우화를 거친 고치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듯 우리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해법을 찾아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해나간다. 묘하게도 학창시절과 같이 군 생활도 그런 측면에서 많이 닮아있다. 감정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친한 친구들과도 멀어져 있으며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이 생활 속에서 얻어가는 정신적 처방들은 내게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며 전우들과 나눈 소중한 추억들은 새로운 기억의 단편들이 되어 내 머릿속 엘범에 소중히 간직될 것이다. 작가가 전해준 노스텔지어의 이야기는 추억의 소중함과 향수를 일깨워주며 우리에게 간단한 메세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지금을 사랑하고 과거를 추억하며 미래를 희망차게 맞이해라."


다 읽으신 분은 VIEW 꼭 꾹 눌러주세요^^!!

posted by loveoc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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