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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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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줄거리'에 해당되는 글 1

  1. 2013.03.31 은교 (박범신 저)4

  영화로도 방영된 은교! 책으로 읽어보자! 은교 독후감 포스팅하겠습니다.


은 교

 

 

 

 

 

 


  완전한 사랑이 아니면 범죄다. 흔히 생각하기 쉬운 완전한 사랑이란, 수의 대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은교는 불완전한 소설이며 범죄로 물든 서사이다. 두 사람이 만나 이루는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은교, 서지우, 이적요의 세 사람이 이루는 트라이앵글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질투하고 시기하고 갈망하는 이야기는 엄연한 범죄덩어리다.


  서사를 읽어내리는 중, 내 시선이 박힌 곳은 바로 이적요가 서지우를 지적하는 장면이다. 서지우는 이적요의 제자이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스승을 뛰어넘지 못하는 제자는 스승을 배반하는 최악의 제자이다. 청출어람은 스승에게 제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인 것이다. 하지만 서지우는 그러한 인물이 아니다. 이적요를 뛰어넘기는 커녕 텃새가 쎄고 등급을 나누기 좋아하는 한국문단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C~D급의 저질 문예지에서 등단한 것이 전부이다. 이적요는 그에게 말한다. 주체적인 사고를 할 줄 모르며, 문장과 문장이 담고 있는 간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한 놈이라고. 나는 그 말에 내가 이적요에게 지적을 당한 것처럼 얼굴이 뜨거워지고 망치로 얻어맞은 사람마냥 멍해졌다. 주체적인 사고란, 객관 다수의 그림자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건 이미 누군가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며, 그것이 전이되어 마치 내가 생각해낸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나 역시 서지우처럼 주입된 사고를 나의 사고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1을 주입하여 2를 기대하는 시선들을 배반하고 1만을 뱉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언제나 내가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며 호언 장담하지만 한편 두려움으로 점철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한 두려움으로 막연하게 펜을 놓고 있지 않은가?  이적요의 스마트하고 고혹적인 매력보다 서지우에 대한 동정이 나를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어느새부터가 작품 은교는 서지우 중심으로 읽히고 있었다. 


  은교는 읽는 내 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사랑은 제한된 나이가 있는가? 만약 은교와 이적요의 나잇대가 바뀌었다면.. 아마 이적요가 10대나 20대로, 은교가 40대로 표현이 되었더라면 가끔 세상사에서 이슈가 되는 흔한 불륜사가 되었으리라. 그러나 70대인 이적요와 10대인 은교와의 만남은 두 가지 주제를 던진다. '노인의 성욕 혹 사랑'과 '남자의 성욕 혹 사랑'이다. 노인의 성욕과 사랑에 대한 욕구는 죽지 않는다고, 이적요는 표현하고 있다. 실제 뉴스나 신문에서 노인 간의 재혼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과 노인이 성매매 여성을 산 경우를 본다면 노인의 성욕은 죽기 전까지 불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주제로 남자의 성욕. 이적요는 말한다. 여자는 영혼에서 감각으로 옮아가는 것을 사랑으로 여기지만, 남자는 감각에서 영혼으로 옮아가는 사랑을 한다고. 그렇다. 이적요는 처음부터 정욕과 순수에 대한 사랑을 갈망했지만 은교를 안음으로써 더 큰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사랑이라고 믿어버릴 만한 무절제한 감정에 사로잡혀버렸다. 그 장면은 아름답게 표현되었지만 우리에게 반성할 여지를 제공한다. 조르주 바타이유적 에로티즘은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음을 기억해야겠다.


  마지막 끝내기 장면..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었다. 이적요의 원대로 밝혀져버리고 노랑머리 F처럼 모두가 그에게 욕하는 장면 역시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썩어 냄새까지 나는 송장이 저지른 실수들을 질책한다면 어떘을까? 은교는 그 것을 막는다. 어쩌면 은교가 아니라 박범신이 남자와 남자로서, 서지우와 이적요를 지켜낼 마지막 방책이었으리라 생각해보기도 한다. 


  은교는 영화로 나온 지 꽤 되었다고 알고 있다. 한 번 쯤 꼭 보고 싶다.

 

 

 


독후감을 다 읽어주신 분은 VIEW 꼭 눌러주시길 바래요^^!

posted by loveoc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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