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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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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에 해당되는 글 1

  1. 2013.04.18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 저)

'호밀밭의 파수꾼'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


 휴가를 나갔었다. 너무 더운 시기라 날도 더운데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것에 조금 놀랍기도 했다. 딱히 할 것이 없어 도서관에 갔었는데 한쪽 구석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있었다. 존 레논과 케네디 대통령을 저격한 암살범들이 탐독했다는 문구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아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네 번째로 학교에서 퇴학당한 소심한 새치머리의 사춘기 소년 홀린 콜필드의 뉴욕을 방황하는 내용이다. 그 사흘 동안의 여정에서 어떤 극적인 사건이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책에 끌리게 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책의 문체였는데 사회의 부적응자인 어린 주인공 홀린 콜필드의 삐딱한 시선, 때론 냉소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문체였다.


 콜필드는 이 불결하고 부정한 세상을 경멸하고 비웃지만 두려워하고 있다. 난 그런 콜필드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나 또한 10대의 사춘기 때 가졌던,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지니고 있는 감성과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콜필드의 4일간의 여정 독백에 있어서 문장마다 표현되는 그의 거친 어휘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의 분노보다도 그에 대한 나의 가여움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나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헀다. 앞에서는 깔끔한 척하면서 강한 척 하면서 뒤에서는 약자를 괴롭히는 약하고 약한 사람들을 상당히 불쾌해하는 이 책의 주인공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이 책의 주인공의 꿈이 호밀밭에서 뛰어 오는 꼬마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라는 이야기를 드었을 때 난 순간의 안도감과 함께 콜필드의 어리석음에 웃음 지었다. 물론 콜필드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바보 같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난 이 소심한 퇴학생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외로운 소년은 이 세상에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매우 더러운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 것은 콜필드가 결벽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지옥에 단 하나의 천국과도 같은 여동생 피비에게만큼은 콜필드의 냉소적인 독설은 어느새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렇게 난 이 따뜻하고 착한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콜필드의 독백이 저자 샐린저의 문체를 통해 아주 생생하게 세상의 허위의 이면을 보여주고, 그의 따뜻한 감성을 나로 하여금 흠뻑 느끼게 해주었다. 콜필드라는 캐릭터는 나에게 아주 커다란 의미이다. 나 역시 콜필드와 마찬가지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내가 이처럼 책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동화되어가는 것을 보면 나와 그의 나이 차는 별로 중요한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바보 같은 꿈을 가진 그는 정작 자신의 파수꾼이 천사 같은 여동생 피비임을 알고 있을까? 어쩌면 나도 그처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든다.


 희대의 암살범들이 사랑한 이 책은 암살범들이, 또는 내가 '난 절대 암살 따위를 할 생각이 없다. 다만 이 책의 팬이라는 점에서 그들과 함께 묶어지는 것뿐이다. 오해는 않기를..' 매료되어 버린 주인공 콜필드를 통해 이야기 하는 것은 인생에 대한 진지가 아니다. 다만 그의 감정 선을 꾸준히 따라가는 예민한 심리묘사일 뿐이다. 이 책의 훌륭한 점은 바로 그것에 있다. 한 인물의 심리묘사만으로도 이토록 생생한 감동, 그리고 깊이 생각할 여운을 남긴다는 것. 콜필드는 자신의 심리대로 행동한다. 그리고 그것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이를 감히 그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름다운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장애 없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보다 콜필드가 지금 느끼는 분노와 두려움의 저항이 그를 더욱 더 성숙하게 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 역시 콜필드와 같은 감성을 느꼈었던 24살의 사춘기 군인으로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를 통해 나의 과거와 현재를 위안 받고 씁쓸해하며 희망을 주는 이 책의 저자 샐린저에게, 그리고 영원한 저항자 콜필드군에게 진심으로 뜨겁게 감사하는 바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조금 더 더 일찍 태어난 형으로서 콜필드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넌 아주 괜찮은 놈. 괜찮은 남자이고, 너의 바보 같은 꿈을 본받고 싶고, 너에게는 없다고 믿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너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에게도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다 읽으신 분은 VIEW 꼭 꾹 눌러주세요^_^!

posted by loveoc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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