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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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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느낀점'에 해당되는 글 1

  1. 2013.06.11 파이이야기 (얀 마텔 저)1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영화가 얼마전에 나왔었는데, 이 영화가 <파이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파이 이야기>는 제가 초등학교 때 한 번 이미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말이 좀 충격적이었다는 것만 기억이 났었는데, 다시 읽고나니 '아~ 이랬었지.. 이래서 쇼킹 먹었었어.'라는 느낌이 살아나더군요^^! 재미있습니다. 재밌는 소설로 추천합니다!


파이 이야기


 얼마 전, 신문을 읽던 중 그 주에 나온 영화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여러 영화를 살펴보던 중 이목을 끄는 작품이 있었는데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였다. 그간 이안 감독의 '색계'나 '브로크백 마운틴'을 통해 그의 작품의 색감이나 도발적인 내용들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터라 꼭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기사를 읽던 도중 말미에 '라이프 오브 파이'는 '파이 이야기'라는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며 책 속의 분위기나 배경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읽었다. 이 후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고 이야기의 거대한 스케일과 감동에 난 매료되었다. 


 글의 구성은 장성한 파이가 그의 이야기를 소재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서양 작가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부분과 실제로 파이가 '나'가 되어 태평양에서 표류했던 227일을 묘사하는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파이는 폰디체리라는 인도 지방에서 태어난 평범한 소년이다. 그의 가족은 유복한 편이어서 지방에서 동물원을 경영하는 유지이며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파이나 형제들도 깨어있는 생각을 하는 소년들이었다. 파이는 신이나 전능한 존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인도 소년답게 그가 처음으로 접한 종교는 힌두교였다. 집안에 널리 퍼진 힌두교에 대한 신앙과 어렸을 적부터 읽었던 힌두교 관련 서적들을 바탕으로 파이는 힌두교 신자로 자랐다. 어느 날, 우연히 여행 중 들린 한 지방에서 파이는 성당에 처음 들어가 본다. 힌두교의 여타 신들과 달리 자신의 죽음으로 신자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예수를 파이는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지만 여행 기간 중 꾸준히 신부님과 나눈 이야기를 통해 천주교의 진리와 신앙을 파이는 받아들인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파이는 집 주변에 있었던 이슬람 마을에서 빵을 사 먹던 중 빵가게 주인아저씨와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슬람교가 어른들이 말하는 것과는 달리 아주 합리적인 종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후 파이는 매 정해진 시간마다 메카를 향해 기도를 드린다. 곧 세 가지의 종교를 가진 소년이 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인도는 점차 급진적인 변화를 겪게 되고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 파이의 아버지는 캐나다로의 이민을 결심한다. 집과 가구들을 다 처분하고 동물들마저 외국의 동물원이나 국내 동물원들로 판매를 마친다. 이민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파이네 가족은 외국 동물원으로 보내 줄 동물들과 짐을 챙겨 일본 화물선인 침춤호에 오른다.


 화물선에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동물들을 보살펴주며 시간을 보내던 파이는 어느 날 밤, 거센 폭풍우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다. 심한 바람에 배는 두 동강이 났고 파이는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진 채 혼자서 구명보트에 오른다. 애타게 가족들을 찾는 파이를 구명보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리를 다친 얼룩말 한 마리, 하이에나 한 마리, 바나나 뭉치를 타고 온 오랑우탄 한 마리, 그리고 호랑이 리처드 파커였다. 다리를 다친 얼룩말은 매일매일 고통에 신음하며 괴로워하고 파이는 얼룩말을 맹수들로 부터 지켜주려 하지만 이내 하이에나가 얼룩말을 죽이고 만다. 먹이에 굶주린 하이에나는 연이어 오랑우탄도 먹어버리고 파이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좌절한다. 그리고 며칠 후, 날뛰던 하이에나를 조용히 지내던 리처드 파커가 해치워버린다. 그 날 이후, 파이는 리처드 파커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구명보트를 샅샅이 수색하여 마실 수 있는 물과 음식을 확보하고 조난되었을 때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숙지한다. 리처드 파커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음식이나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구명보트 내에서 스스로의 영역을 더욱 확장한다. 구명보트에 구명조끼들을 이어 만든 뗏목을 설치하여 낚시도 즐기고 파커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 시간을 즐긴다. 보트 아래로는 상어, 보트 안에서는 호랑이, 밤만 되면 찾아오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파이는 온갖 악재들과 씩씩하게 싸워가며 가족과 다시 만날 그 언젠가를 꿈꾸며 버텨간다.


 태평양의 망망대해와 구명보트 안의 좁은 세상과 마주하던 파이는 점차 리처드 파커와 함께하는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가고 자신이 200여일에 달하는 긴 시간동안 살아있을 수 있었던 근거로 리처드 파커의 존재를 꼽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랑이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낸 파이. 227일간의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의 여정도 멕시코의 어느 마을에 구명보트가 닿으면서 마침표를 찍는다. 파이는 육지에 도착해 곧 정신을 잃고 마는데 기절하기 전 정글로 돌아가는 리처드 파커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을 가진다. 자신과 8개월의 시간 동안 함께 지냈음에도 육지에 도착하자 뒤돌아보지도 않고 사라지는 리처드 파커에 대한 미련때문이리라. 멕시코에 도착해 병원치료를 받던 파이에게 침춤호 관계자들이 와서 당신이 유일한 생존자라며 사고의 의문점을 풀어줄 마지막 단서라고 일컫는다. 그들은 파이에게 침춤호 침몰에 관한 질문과 그간의 행적에 대해 물어보지만 파이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동물 4마리와 함께 기묘한 여정에 대한 묘사일 뿐이다. 일본 측 관계자들은 파이의 대답에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더이상의 조사를 마치려는 찰나, 파이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밝힌다. 침춤호가 침몰한 날, 파이는 구명보트에 태워졌고 구명보트에는 다리를 다친 착한 일본인 선원 한명, 포악한 요리사, 파이 자신, 그리고 저 멀리서 바나나 더미를 타고 온 파이의 어머니가 있었다고 밝힌다. 넷은 처음엔 이성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합심하여 노력하지만 요리사는 선원에게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며 선원을 죽이고 그의 살을 물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로 사용한다. 파이의 어머니는 요리사의 이 같은 처사에 분개하며 요리사로부터 자신과 파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그녀의 반항도 잠시, 요리사는 파이의 어머니를 칼로 죽여버린다. 위의 광경을 모두 목격한 파이는 그 상황에서 어떠한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잠자코 얼마 간 요리사와 함께 지낸다. 그러나 결심이 선 파이는 체념한 요리사를 죽이고 혼자만의 항해를 시작한다. 위의 이야기를 성인이 된 파이는 서양 소설가에게 들려준다. 이야기가 끝난 후, 소설가를 향한 파이의 질문은 하나였다.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와 인간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중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들죠?' 소설가는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택한다. 나 역시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싶다.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은 사고가 편협해지면서 자신 역시 극단의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파이의 구명보트에 있던 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파이 스스로도 구명보트 위의 정의를 실현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살인을 저지른 행위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자신의 죄책감과 잔인함을 숨기기 위해 파이 리처드 파커라는 호랑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 하다. 포악한 요리사를 죽임으로써 파이는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며 그러한 사실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이나 잘못을 호랑이가 하이에나를 죽이는 행위로의 묘사나 세 종교의 신에 대한 끝없는 경배로 뉘우치려 했을 것이다. 파이가 배 위에서 보여주는 끊임없이 리처드 파커를 교육시키고 서열을 확실히 하려 했던 노력 역시 이성적인 파이라는 존재가 본능에 충실한 리처드 파커보다 앞서야 한다는 의지에서 발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문명이 존재하는 육지에 도착했을 때, 파이는 리처드 파커를 보내줌으로써 교양있고 바른 파이로 돌아오게 된다. 리처드 파커가 떠났다는 사실에서 오는 허전함은 감성적이고 본능적이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표면적으로 '파이 이야기'는 망망대해 속에서 호랑이와 함께 작은 배에서 생활하는 가엾은 소년의 경험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진정 '파이 이야기'에서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바는 자신과의 싸움인 듯하다. 전혀 인류의 손길이 닿지 못하고 비문화적인 세상에서 인간은 한 없이 잔인해지고 감성적인 동물로 변한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은 인간이라는 인식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이성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신에 대한 경배나 끝없는 자기 암시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 됐든 진정 자신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점차 비인간적인 형태로 변해가는 최근의 사회 속에서 극단의 선택을 자제하고 자신의 이성을 지키는 인간의 노력은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구명보트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았던 인도 소년 파이의 여정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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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veoc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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