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loveoclock
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히에노 가오루코'에 해당되는 글 1

  1. 2013.04.21 내 안의 특별한 악마 (히에노 가오루코 저)

파격적인 책 내 안의 특별한 악마!! 히에노 가오루코의 책입니다. 뭐랄까 정말... 섹시 코미디라고 봐도 무방할정도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막장일수는 있지만 느낄 것이 많은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내 안의 특별한 악마


 먼저 이 책의 역자 및 출판사는 제목을 잘못 지었다. '내 안의 특별한 악마'의 원제는 受難. 수난을 당하신 예수님 할 때의 그 수난이다. 견디기 어려운 힘든 일을 당한다는 뜻과 부차적으로 예수의 십자가 고행을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니, 프란체스코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이 책의 여주인공과 기가 막히게 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에 비해 한국어판 제목은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처럼 문자 그대로 너무 피상적인 제목이다. (참고로 영어권에서는 PASSION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정열이라는 뜻과 더불어 예수의 십자가 수난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는다.)


 책의 주인공인 프란체스코는 생면부지의 고아로 어렸을 적 수녀원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그녀는 수녀원에서 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허허벌판에서 누더기만을 걸친 채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는 성인 프란체스코의 청렴하고 신앙심 깊은 삶을 목표로 그 자신도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참으로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참한 아가씨라고 할 수 있겠다. 주위 사람들도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프란체스코라고 부른다.


 처음에 모델 일을 하던 그녀는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그만두고 독학으로 소프트웨어 제작을 익혀 프로그래머가 된다. 아무도 없고 세간살이 변변치 않은 방에서 묵묵히 하청 받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두 달에 한 번 납품업체 직원에게 물건을 납품한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친구들 모두 연애에 바빠 이제는 그마저도 뚝 끊겼다. 아무런 약속도 없고 만남도 없는 삶. 프란체스코는 그마저도 하루 세끼 먹고 잘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이런 그녀에게 어느 날 엄청나게 파국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팔꿈치에 종기가 난 것이다. 이게 뭐 대수냐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종기가 말을 하는 인면창(사람 얼굴 모양처럼 난 종기)이라는 것이다. 이 종기는 한바탕 소란을 걸치고 뿅하고 사라졌는가 싶더니 프란체스코의 음부 안으로 그 거처를 옮긴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파격적인 전개가 아닐 수 없다. 


 프란체스코는 처음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에 절망을 느꼈으나 이내 받아들인다. 그녀의 삶은 있는 그대로에 감사하며 받아들이는 마치 스펀지와도 같은 자세로 점철되어있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코는 인면창을 고가씨라고 부른다. 어렸을 적 인면창에 대한 공포 만화를 본적이 있는데 그 작가의 이름이 고가였던 것이 그 이유다. 프란체스코는 고가씨와 지내며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그녀에게 기생하기 전 이미 몇 명의 여자를 거쳤다는 점. 딸기와 오이 등을 먹고(?) 말미잘과 청어 알을 좋아한다는 점. 고가씨는 또 엄청난 독설가이다. 프란체스코에게 인신공격은 예사거니와 그녀가 가장 견디기 힘든 말이나 상처조차 후벼 파내어 완전히 곯아 터져 아예 없애버릴 정도이다.


 프란체스코는 그런 고가씨의 모든 언행조차 끝내는 받아들인다. 그간 외로웠던 십수년만에 같이 살게 된 상대가 생겨 되려 기쁘기까지 한 그녀였다. 이러한 프란체스코의 태도는 십자가를 지고 갖은 수난을 당하며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고행과 빗댈만한 수준이다. 신성모독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이 소설을 읽는 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란체스코의 삶은 무욕적이다. 그것은 성욕도 마찬가지인데 그녀는 여태껏 남자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을 완전히 쓸모없는 여자로 여겨 자신이 남자나 사람들에게 어떤 아주 사소한 관심이나 배려라도 바라는 것은 죄악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러한 사상은 고가씨에 의해 완전히 상승하여 거의 교리정도까지로 발전하는데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주위 남자들도 이런 프란체스코의 성향에 반응을 보인다. 그 반응이란게 또 엄청난데 처음에는 프란체스코의 몸에 살짝이라도 닿으면 완전히 성욕이 사라지는 것이고 나중에는 성기가 절단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것은 비단 사람뿐 아니라 로터 같은 물체에도 확대되는데 로터 같은 경우는 그녀가 손대는 것만으로도 스파크를 일며 반으로 쪼개져버린다. 물론 일련의 과정등에서 고가씨의 비웃음과 폭언, 돌발적인 행동들은 덤이다.


 프란체스코와 고가씨는 그렇게 3년을 보낸다. 그간 서로에게 화가나 아무 말도 않거나 같이 웃고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프란체스코의 음부, 즉 고가씨의 주거공간의 내부 인테리어가 고가씨가 먹은 말미잘과 청어 알 때문인지는 몰라도 변화하게 된 것은 덤이다. 벽에 마른 청어 알들이 붙고 안에는 말미잘이 생겼대나 뭐래나... 아무튼 그 둘은 이런저런 일들을 거쳐 서로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막역한 사이가 된다.


 과연 이 책의 결말은 어떠할까?


 종국에 프란체스코는 고가씨에게 당신이 있어 기쁘다며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한다 고가씨는 인면창이니까 혼인신고 같은 것은 못하겠고 단지 무뚝뚝하게 '그래'라고 대답해 준다면 자신은 그것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고가씨는 부끄러워하며 대답을 회피하나 프란체스코는 그런 고가씨의 이마(로 추정되는 부분)에 경건하게 입맞춤한다. 그러자 자신의 성기에서 20룩스의 빛이 뿜어져 나와 눈을 찌푸리고 그 빛은 점점 더 강해져 마침내 2천룩스까지 밝아진다. 이것은 고가씨가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과정의 부산물이었다. 고가씨는 녹슬고 여기저기 망가진 어떤 동상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러고 말하기를 자신은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왕자로 이름은 지크프리트요, 이런저런 사정 자신의 모습을 딴 이 동상에 영혼이 동화되었고 나중에는 인면창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크프리트는 자신은 동상이기에 발기할 수 없고 그것은 사랑하는 여자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으로 남자로서는 매우 괴롭고 슬픈 일이라며 눈물을 흘린다. 프란체스코는 특유의 손재주로 고가씨, 아니 지크프리트를 말끔하게 돌려놓고 둘은 포옹하며 키스한다. 그러자 지크프리트는 피그말리온의 동상과 마찬가지로 사람으로 변화한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냐고? 이하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둘은 목하 참으로 음란한 행위를 벌였는데 예의 그 말미잘과 청어 알 때문에 엄청난 명기가 된 프란체스코 탓에 지크프리트는 항상 기절해버린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유쾌한 해피엔딩이다.


 아이러니와 역설로 가득 찬, 이 책의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참고 인내하면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여라. 자신을 괴롭히는 악마조차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악마도 언젠가는 왕자님으로 변해 당신에게 다가오리라. 그리하여 마침내 행복해지리라!


다 읽으신 분은 VIEW 꼭 꾹 눌러주세요^_^!!




posted by loveoclock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