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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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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빼기 3 요약문'에 해당되는 글 1

  1. 2013.05.27 4빼기3 (바버라파흘 에버하르트 저)

4빼기3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읽으면서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혹시 모를 주위의 죽음에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강추합니다~


4빼기 3


 어느 화창한 휴일 아침, 약속 때문에 일찍 집을 나선 바버라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녀는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순간, 입을 굳게 다문다. 잠시 후 눈의 초점을 잃어버린다.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차에 몸을 실어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는다. 속도를 내면 낼수록, 사고현장에 다다르면 다다를수록 그녀의 심장박동은 더 빨라지고, 두려움은 점점 엄습해온다. 사고현장에 도착한 그녀는 차마 그 현장을 보지 못한다. 미리 도착해있던 친구는 쇼크에 빠진 그녀를 부축한다. 머릿속이 하얘진 그녀는 멍하니 전화를 건다. "오늘 약속 못 갈것 같애. 가족이 사고가 났는데 아마 죽은 것 같아."


 이 책에 실린 실화의 주인공 바버라는 평온한 공휴일에 상상치도 못한 죽음을 직시해야만 했다. 죽음이 뭔지도 모른 채 살던 그녀에게 갑자기 죽음이 다가온 것이다. 바버라의 남편 헬리는 소중한 아들 티모, 딸 피니를 노란 버스에 태워 바깥 놀이를 가는 중에 달려오던 열차에 치이고 만다. 헬리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티모와 피니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제하지만, 며칠 가지 않아 역시 숨을 거두게 된다. 그렇게 순식간에 예고도 없이 혼자가 되어버린 바버라. 먹먹한 가슴을 안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그저 몸이 둥둥 뜬 기분 그대로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슬퍼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뻐하고 축하해주기로 한다. 장례식을 눈물의 바다가 아닌 파티를 여는 '영혼의 축제장'으로 만든다. 게다가 그녀는 일주일에 두 번씩 아픈 아이들을 찾아가 희망과 웃음을 선사하는 삐에로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영혼의 축제'에 동료들과 함께 삐에로로 등장해 즐거움의 도가니로 안내한다. 그리고 티모의 유치원 또래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티모는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올라간거야. 더 좋은 세상에서 잘 지내라고 우리 모두 천사가 된 티모를 응원하고 축하해주자." 유별나게 장례식을 치른 바버라. 하지만 그녀에게도 다른 사람들이 겪는 것처럼 힘든 과정이 다가온다.


 모든 장례 과정을 마치고 상실의 4단계를 겪기 시작한다. 죽음을 회피하는 억압의 단계, 그리고 감정의 밀물과 썰물, 마지막으로 새로운 출발을 위한 모색의 단계를 거친다. 주위 사람으로부터 받은 위로의 편지로 힘을 얻고, 심리치료와 역할극을 통해 그동안 억누르고 차마 분출해내지 못한 감정을 차례로 내려놓으며 오열하고 통곡하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찾아온 고통, 그리고 그로 인한 슬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 것에 대한 원망과 분노. 그리하여 마지막 단계인 새로운 출발의 단계까지 도달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기쁨을 위해 삐에로로 변신하며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새로운 날이 절대 오지 않으리라 굳게 확신했던 바버라에게도, 약 1년 여 시간이 지나 고통의 장판에서 발을 떼게 된다.


 한 번쯤 우리는 모두 '내가 혼자가 되어버리면..'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내 가족, 혹은 내 친구들을 갑자기 한 순간에 잃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우리는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어떻게 대처할까? 예견도 없이 닥쳐온 지인들의 죽음에 우리는 잘 버티고 견뎌낼 수 있을까?


 바버라는 비통하고 뼈저린 상실을 품에 지닌 채 지내온 1년의 시간을 이 책에서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 글은 과연 독일 전 독자들을 울릴 만하다. 나는 특히 이 책은 나에게 간접경험을하게 해주었다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바로 책꽂이에 꽂아버렸던 다른 책에 비해 이 책은 나에게로 하여금 자꾸 책상 위에 올려놓아 바라보게 되고,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든 것 같다.


 아침에만 해도 같이 식사도 하고 잘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나누던 가족이 한마디 작별인사도 없이 내가 웃고 떠들던 사이에 죽어버린다면, 나는 과연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읽는 내내 수도 없이 떠올렸었다. 나도 장례식 때 웃어줄 수 있을까? 그녀처럼 상실의 4단계를 무사히 견뎌내고 새로이 출발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 주위 사람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은 적이 없어 죽음을 직면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만 해도 두렵고 끔찍하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바버라는 이 글을 통해 좋은 조언자이자 선생님 역할을 해준 것이다.


 그녀는 상실의 고통을 겪는 과정을 애벌레가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에 비유했다. 애벌레는 고치에서 변태과정을 거쳐 나비가 되는데, 고치 안에서 번데기로 잠들어있던 애벌레는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세포들을 재분열, 재배치시키면서 완전히 새로운 조직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과거의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그 때의 기억마저 잊어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나비가 죽을 때가 되면 번데기 과정을 거친 장소로 다시 돌아와 예전의 기억을 모두 되살려낸다. 정말 놀랍고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 역시 애벌레와 같다. 아픈 고통을 겪고 상실의 슬픔을 느끼지만 차츰 번데기가 되어가면서 그 동안의 감정을 추스르고 잊으려고 한다. 그리고 나비가 되어 새로운 시작을 갈구해 열심히 살아가지만, 우리 마음과 기억 어느 한 모퉁이에는 항상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사랑과 기억이 남아있다. 우리가 죽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때의 아련함과 잃은 사람에 대한 추억은 항상 가슴 한 구석에 깊숙히 간직하고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끊임없이 그들과의 좋았던 추억들을 기억해내고 그때를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런 고통을 잘 추스리고 딛고 일어나 힘찬 모습을 띠는 것이 하늘나라에 있는 그분들에게도 좋은 면을 보여드리는 것이고, 나에게도 남은 인생을 보람차게 보내는 좋은 행동일 것이다. 게다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을테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바버라는 정말이지 큰 가르침을 주었다.


 또한 번외의 이야기지만, 거꾸로 우리가 직접 죽음을 당하게 되면 어떨까? 주위 사람들은 얼마나 슬퍼하고 바버라처럼 힘든 하루하루를 보낼지 상상이 가는가? 가끔 친구가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면 '너 그러다 장례식 때 아무도 안 온다.'라고 농담을 던지고는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참 애석하게도 비수를 꽂는 말이다. 사람을 잃었는데 모른 척,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다니.. 연쇄살인이 매스컴을 뒤흔들고 폭행과 자살이 판치는 마당에 목숨의 소중함을 알고 또 이 기회를 통해 죽음이란 어떤 것이고,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지 되돌아 볼 일일 것이다.


 독자 모두 4빼기3을 읽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딱딱하고 삭막한 현실에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그들을 막상 잃게 되면 얼마나 가슴아파할지 소중함을 새삼스레 알게 될 것이다. 게다가 예상하지 못한 상실이 다가오더라도 이에 굴복하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며 나 자신을 위해, 또 죽은 사람을 위해, 더 나아가 나를 위해 위로해주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큰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에 매달리고 취업을 위해 온갖 사상과 지식만을 받아들이는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꿈을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 주위를 한 번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지식공부에만 몰두하다가 한 번쯤은 잊고 있었던 '감성'에 젖은 채 한숨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상실을 겪기 마련이다. 그 때를 위해서라도, 또는 혹시라도 벌써 상실을 겪은 때를 위해서라도 이 책으로 많은 힘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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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veoc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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