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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인, 특히 전자공학도들이 많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 냄새가 나는 블로그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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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에 해당되는 글 2

  1. 2013.06.08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정은궐 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후속작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입니다. 정은궐씨 답게 정말 재미있게 소설을 엮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입니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독자에게 큰 흥미를 준다.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건 그렇지 않건,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일보다 더 큰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소설에 큰 매력을 느꼈고, 가지고 있는 것은 1권 밖에 없었지만 결말이 궁금해 도서관에서 2권까지 빌려 읽었다. 뿐만 아니라 500페이지 가량 되는 두 권의 책을 쉬지않고 읽어 내었다. 이 책은 작가가 이전에 펴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책의 후속작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책의 인물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이어지기는 하나 전작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잘금 4인방'이라고 불리는 4명의 인물들이다. 김윤식이라는 인물은 남장여자로 병약한 동생을 대신하여 남장을 하고 남동생의 이름을 빌려 남동생 대신에 과거에 급제한 인물로, 과거 급제 후 지방 한직으로 물러나 동생과 자리를 바꿀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동생 대신에 관리가 되어 남자행세를 하고 있는 여성이지만, 학식이나 필체, 글솜씨와 관리로서의 책임감 등은 다른 남자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며, 야망과 배짱 또한 두둑한 편이다. 본명은 김윤희이며 큰 키와 이쁘장한 외모로 인해 장안의 여인네는 물론 남자들의 이목도 집중시킨다. 왕도 그녀의 재능과 인품에 반해 그녀를 총애하지만, 그녀가 여자여서 자신의 신하가 될 수 없음에 많이 아쉬워한다. 하지만 왕은 그녀의 재능과 능력을 믿어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재능을 뽐낼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두 번째 인물은 이선준이라는 인물인데 외모, 집안, 학식 뿐만 아니라 품성 또한 바르고 곧아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처음에 선준은 윤식으로 변장한 윤희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자신이 남색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지만 윤식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보호하는 기사도를 발휘한다. 노론인 자신의 아버지가 남인인 윤식을 탐탁히 여기지는 않지만 선준은 윤희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세 번째 인물은 문재신이라는 인물인데, 잘 생긴 외모와는 달리 성격은 괴팍하고 거칠다. 어떤 일이 생길 때 마다 화를 내고 사람을 때리고 물건을 부수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그의 성격과는 달리 그는 시문 짓는 것에 능통해 장안의 문장가뿐만 아니라 왕, 청나라 사신까지 그의 시문을 탐할 정도이다. 윤식이 남장을 한 여자인 윤희임을 알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녀가 여자임을 들키지 않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며 윤희와 선준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해주는 마음 착한 남자이다.


 마지막 인물은 구용하라는 인물인데 호화스럽고 아름다운 옷과 장신구를 착용하는 지독한 탐미주의자이며, 항상 음담패설과 농찌거리를 입에 달고 사는 유쾌한(?) 인물이다. 여색을 지나치게 즐기고 틈만 나면 고위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인물이지만 순전히 자기 실력으로 급제했으며, '잘금4인방' 문제의 결정적인 실마리와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전편소설에서는 개성강한 '잘금4인방'이 성균관 유생일 때의 못브을 보여주었다면 이 소설에서는 4인방 모두가 과거에 급제한 후 규장각에 배속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윤희와 선준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신과 용하의 암행어사 이야기, 재신의 좌충우돌 결혼 이야기, 도성 내 벽서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4인방과 왕의 이야기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임금은 혼란스러운 당파싸움을 종식시키고 자신의 힘을 강화시키고자 규장각에 막대한 권한을 주고 자신들이 총애하는 4인방들을 규장각에 배치시킨다. 이로 인해 안 그래도 말 많은 규장각이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지만 4인방들은 자신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시원하게 해결한다. 여기서 왕은 기존 이미지를 완전 탈피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왕이라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복차림으로 몰래 빠져나와 4인방들과 잡담을 하고 그들의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 해주기도 한다. 보통 왕이라하면 항상 근엄하고 위엄 있게 이야기하고 올바른 행동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에서의 왕은 관료들에게 욕지거리를 서슴없이 날리며 짜증과 변덕을 밥 먹듯이 하며, 4인방 앞에서 술주정까지 부리는, 어떻게 보면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선준이나 윤식이 아니라 용하다. 그는 몸에 더러운 것을 1초라도 지닐 수 없는 결벽증 환자이며, 사치스럽고 아름다운 옷만 입는 탐미주의자이다. 거지분장을 하면서 노는 동고놀이에서도, 허름한 복장을 하고 가야하는 암행어사 노릇을 하면서도 무늬가 호화로운 비단옷을 입는 사람이다. 여색을 즐기고 괘씸한 장난으로 4인방 모두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하지만, 과중한 업무와 끊이지 않는 사건으로 지쳐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말과 행동으로 4인방에게 활력과 즐거움을 준다. 또한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좌절하는 것 없이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이 가진 정보력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바쁜 관리 생활에서도 풍류와 멋, 여유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물론 그에게서 배우지 말아야 할 점도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촌철살인 같은 한마디와 뇌물로 적군을 아군으로 만들고 위기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우리가 평상시 사용하지 않은 단어들이 많아 단어 이해에 조금 애를 먹었다는 점이다. 정말로 잘 쓰지 않는 한자어나 고어는 주석을 달아 해설 해 주었지만 조선시대 궁에서 쓰던 용어나 옛날 말이 많아 아쉬웠다. 또한 나의 짧은 역사 지식 때문에 좀 이해가 어려운 면도 있었다. 전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란 책을 읽지 않고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전편을 읽었더라면 더 큰 재미를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선준과 윤희의 결혼을 반대하던 선준의 아버지도 둘 사이를 인정하게 되고 결혼에 성공한다. 또한 윤희는 윤식이라는 이름을 동생에게 돌려 줄 뿐만 아니라 동생에게 평생 배필까지 만나게 해 준다. 재신 또한 반토막이라 불리는 다운과 나름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을 하고 용하는 여전히 풍류가 넘치는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왕의 명령으로 모두 함께 청나라로 떠나가게 된다. 모든 것을 함께하며 항상 서로를 위하는 '잘금4인방'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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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veoc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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